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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1도 몰라도 독일에서 영어로 석사하는 법

해당 글은 드레스덴 공대에서 유학중인분이 개인 블로그(레일라블로그)에 2018. 7월에 작성한 글을 옮겨온 글로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원본글 보기

17년에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수가 23만명을 넘었다고 했다. 대부분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유학하는 사람들이고, 독일 유학생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굳이 독일에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왜 내가 “하필이면” 독일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왜 한국의 유수한 실험실을 뒤로하고 외국에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고, 내가 올해 9월부터 공부하게 될 “인터네셔널 석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처음 독일 유학을 생각해보게 된 계기

나는 대학교에서 자생물학을 전공했다. 분자생물학을 왜 전공하게 됐는지는 너무 옛날얘기고 이 포스트와 무관하니 자세히 짚진 않겠지만, 나는 실험실 생활을 해 본 후로 이 쪽 분야에서 계속 공부/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보니 석사나 박사는 거의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석사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처음 독일이 학비가 없다는 것 (이 부분은 조금더 명확한 해설이 필요하지만 아래에서 다루겠다)을 처음 알게 된 건 우리 교수님들 덕분이었다.   우리 과에 계신 교수님들의 대다수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셨지만, 딱 두 분이 독일에서 유학 하신 분들이 계셨다.

 

그 중 한 분이 수업시간에 여담으로 독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곤 하셨는데, 그것이 은연중에 머릿속에 들어와있었나보다. 독일=생물학 강국 이런 공식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있었고, 미국 유학은 집안 형편상, 그리고 GRE 때문에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나는 영국 워홀을 다녀왔다. 영국에 있는 동안 영국 학교에 너무도 가고 싶었지만, 영국 학교는 학비가 너무 비쌌다.

 

정말 말도 안되게 비싸서 장학금을 타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가능한 모든 장학금의 모든 조항들을 하나하나 뜯어서 읽고 분석하고, 지난 장학금 수혜자의 스펙이며 후기며 모든 가능한 자료들을 끌어 모아서 몇날며칠을 붙잡고 읽었지만,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내가 갖춰야하는 경쟁력이나 능력들을 준비하기까지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 했고, 그걸 준비하느라고 회사에 취직해서 살다보면 내 꿈은 점점 퇴색되고 결국엔 현실에 안주해 잊혀질 것 같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 독일이었다. 그런데 독일이 그동안 나의 옵션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유는 독일에서 공부하려면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에는 인터네셔널 석사 (International Master’s program)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다시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네셔널 석사란?

인터네셔널 석사란, 독일에만 있는 코스는 아닌 듯 하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 꽤 많이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 석사 프로그램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이런 인터네셔널 석사란 영어로 수업하는 석사과정을 의미한다.

 

덕분에 독일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성적이 요구되지 않는다. 처음엔 엄청난 배짱으로 독일어를 한 몇 달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만들어서 독어과정으로 지원할까도 생각해봤었는데, 곧 포기하게 되었다. 일단 독어과정에 욕심을 부렸던 이유는 독어과정이 선택의 폭이 더 넓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영어과정(인터네셔널과정)은 학교마다 몇 개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주류를 차지하는 독어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과를 찾기가 더 쉽다. 하지만 단기간 안에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독어를 시작해서 아카데믹리딩, 라이팅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엔 너무 지불해야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았기 때문에 다시 인터네셔널 석사 과정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석사를 하지 않는 이유?

한국에서 대학원을 가는 옵션도 있었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은 랩(lab)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변에서 많은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불필요한 교수님의 잔심부름에 허비하는 시간에 대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토해내는 울분을 익히 들은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나 플랜 B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낭비하는 시간이나 불합리한 대우들이 산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또 심지어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하러 오는 학생들도 많은데다가, 모든 교수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대학원은 이러이러해서 절대 안가.’ 하는 마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공부했을 때의 장점으로는 많은 경우에 교수님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시고, 말 잘 통하고 내가 평생을 살아온 환경에서 편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독일 유학이 잘 안풀려서 모든 학교를 다 떨어지면, 한국에 있는 학교를 지원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독일 유학은 내게 굉장히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반면, 한국 대학원 진학은 그만큼 힘들진 않을 것이고, 또 독일 유학을 준비하면서 다져놓은 기반을 이용하면 훨씬 높은 확률과 적은 노력으로 합격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독일 인터네셔널 석사의 장/단점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하면 학업의 관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 것 이라는 사실이다. 영국 워킹홀리데이가 끝난 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영어를 쓰지 못하는 환경에 불만이 많았다.

 

영어실력이 줄어들 것도 걱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영어로 말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나로썬 영어 과정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또한 영어로 의사소통이 매우 잘 되는 나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가 아니기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그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협업과 공동연구가 이뤄지는 무대라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다.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들도 많고, 바이오 회사들의 수도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짜 학비“라고 알고 있는 그 학비 면에서도 독일은 이상적인 유학의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확실히 해둬야 할 것은, 인터네셔널 학생들에게는 최근 학비를 받기 시작하는 학교들이 있다는 것이다. (The State of Baden-Württemberg에 있는 학교들은 매 학기 1500유로의 등록금을 받는다. 참고: https://www.meg.uni-freiburg.de/Filelist/Applying/tution-fees-update)   또 내가 다닐 TU dresden 역시 완전히 공짜인 것은 아니다.

 

학교 행정비의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내야하지만 이것은 다른 나라의 등록금에 비하면 거의 공짜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기도하고, 또 그 값에 상응하는 travel ticket 을 주기 때문에 그냥 쉽게 말해서 공짜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예 0원 내고 다닐 생각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보다 유럽에 사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이 또한 독일 석사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점을 꼽아보라면 일단 졸업 후 독일어가 잘 안된다면 취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래도 영어도 잘하고 독일어도 잘하는 사람이 더 우위에 서기 쉽다.

 

또한, 학교나 전공에 따라서 독일에서 공부하는 느낌이 안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터네셔널은 말그대로 전세계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일인의 비율이 독어과정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인종차별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독일에 공부하러 갔는데 인도인 30% 파키스탄인 20% 중국인 20%로 구성된 클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좀 현타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또한 나도 전에 생각해봤던 것이고, 베를린리포트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적어보는 단점으로는 미국 박사 진출하기에 좋은 발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정 박사를 가려거든 한국에서 석사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나도 여러 사람의 의견들을 들은 후 미국 박사는 좀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또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 있으니 이정도로만 적어보는 걸로 한다.

석사 후의 진로계획은?

현재까지의 목표는 향후 5년까지만 잡혀있다. 어차피 그 이후를 세세하게 계획해봤자 내 뜻대로 안될 확률이 많고 (ㅋㅋㅋ)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며, 나는 어쩌면 삶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이일 수 있는 20대 중후반을 달리고 있다.

 

향후 5년까지만 잡아도 30대초반이 되기 때문에, 누굴 만나서 결혼을 할지, 아니면 어떤 기회가 생겨서 남극으로 갈지, 우주로 갈 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장기적인 계획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일단 현재로서 가장 큰 목표는 2년 안에 무사히 졸업을 마치는 것이고 (석사가 2년 이상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독일 회사나 연구소에 취업해서 2~3년정도 연구원이나 테크니션으로 일하는 것이다.

 

박사는 석사가 끝난 후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박사는 내가 하고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기회 또한 맞물려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석사 2학기가 끝나고 깊이 생각해 볼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고 되도록이면 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보는 것이 현재까지의 목표이다.

드레스덴 공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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