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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인턴) 비로소 국제기구 인턴스러웠던 월요일

해당 글은 마드리드 국제기구 인턴분께서 2019. 1.21. 개인 블로그에 적은 내용을 옮겨 온 글로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원본글보기

요일 일요일을 집에서 너무 잘 자버린 탓에 어제 오후 9시에 일어나서 제대로 잠을 못잤다. 엄마는 꿈자리가 사납다고 단단히 경고를 해줬는데 그래서 괜히 더 무섭고 긴장하며 월요일을 시작한 것 같다. 오늘 일기의 결론만 간단히 적자면 :

1) 무척 피곤했지만 일이 많고 보람차서 지루하지 않았다

2) 지금도 자고 싶지만 인턴생활을 마무리하는 문장들이 떠올라서 써야겠다

3) 어차피 다음주까지 하반기 외교부 중남미 지역기구 보고서를 제출해야해서…미리 쓴다고 생각하며 결국 아이패드를 열었다.

4) 기록은 역시 중요하지만 부끄러워서 귀국하면 다 비공개로 돌릴지도..

오늘 출근하자마자 시작한 일은 독일대사관에 보내는 Nota Verbal이었는데 11월 정상회의 끝나고 각국 외교부에 보내는 서한에 복사붙여넣기는 해봤지만 직접 써보기는 처음이었다.

 

여기서 Nota Verbal은 기관이름으로 보내는 외교문서인데, 1인칭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달랐다. 마누에게 질문하니 formal 한 정도의 차이 + 구구절절 잘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관장 이름으로 쓰는 carta와 사실상 내용도 차이가 거의 없는데 왜 굳이 또 따로 nota verbal을 써야하는지는 여전히 잘 와닿지 않는다.

 

참고할 문서가 필요해서 마누가 2012년 exSecretario 가 un총회 참석할 때 만들어둔 nota verbal 샘플을 보내줬다.

이어서 carta de despedida, felicitación 을 3장 더 주문받아 열심히 쓰는중이다. 이건 오늘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중간에 흐름이 끊겨 내일까지 계속 쓸 예정.

 

저번 달부터 갑자기 고난도 작문의 끝판왕인 편지쓰기를 나에게 시키는데, 덕분에 검색해서 정말 몇 백장의 샘플들을 보면서 고치고 쓰고 고치고 쓰면서 어떤게 외교문서에 좋은 문장이고 아닌 것인지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을 많이 습득할 수 있었다.

 

물론 백지를 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쓰라고 하면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그래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수업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친구에게 쓰는 편지 양식이 어색할 정도…

어쨌든 nota verbal이나 carta들 모두 사실은 한 장짜리라 마누가 하면 10분도 안걸릴텐데 나에게 시킨 걸 보면 계속해서 작문 연습을 시키려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마누가 진짜 츤데레인게, 일 툭 던져주고 가끔은 구박 아닌 구박을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요구는 하지 않고 물어보면 잘 대답해 주고 웃겨주기도 하는 꽤 괜찮은 동료였다! ㅎㅎㅎ이것도 끝날 시기가 다가오니 미화되는 걸까.

 

아 그리고 이번 편지를 받을 사람은 Segundo(second) 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또 생각하니까 웃겨죽겠네. .. 도대체 이름을 왜 저 모양으로 짓는거지. 이달고보다 웃겨서 일하면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간단히 먹고 인중과 통화하면서 잠시 산책을 나갔는데 지난 달에 비해 많이 따뜻해진 느낌을 받았다.

 

요 몇 주 너무 추워서 점심 먹고도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가기 전까지 날이 많이 풀려서 레티로도 더 자주 다녀오고 세라노 근처 구석구석 보러 다녀야지.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다시 업무 복귀

오후엔 한국대사관에서 민서기관님이 오셔서 우리 부서 전원 + Esteban 씨까지 참석해서 함께 회의를 했다. 내용은 왠지 여기 언급하면 안될 것 같아서 미뤄두고 즐거웠던 이야기만 기록하자면, 마리아가 회의를 시작하면서 먼저 이야기 할 것이 있다고 했다.

 

나는 열심히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를 쳐다보면서 갑자기 정말 온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다양한 수식어들과 함께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다. (^_^ 역시 저 정도 칭찬스킬은 되어야 저 자리에 오를 수 있는걸까? ^^*) 외교부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멋진 친구를 보내주어 영광이라는 말과 덧붙여서, 서기관님께 대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고.

 

현실은 내 스페인어 실력이 한참 모자라서 실수도 정말 많이 하고 우리 부서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물론 인사치레겠지만 그래도 식구라고 이렇게 감싸주고 응원해줘서 무척 힘이 되었다. 5하루에도 수백번씩 자책하고 괴로워하는데,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마리아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늘 무섭고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 어마무시한 여장부 포스인데 잘 모르면 굉장히 멀리하고 싶겠지만 함께 지내다보면 정말 encantadora고 또 simpática의 결정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정도 포스는 폴폴 풍겨줘야 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낀다. ㅎㅎㅎㅎ

 

그렇게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nota informativa를 보내고, esteban과 이야기한 내용을 서기관님에게 전달하고나니 하루 일과 끝. 내일 이어서 carta만 무사히 잘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퇴근하다가 하늘이 예뻐서 한 컷 찍고 레바하스가 다 끝나기 전에 하나라도 건져야지 싶어서 세라노까지 걸어갔다. 우리 기관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준단 말이지. 걷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마드리드의 하늘이 오늘따라 참 좋아보였다. 그립지는 않겠지만 (반전) 그래도 많이 생각날 것 같은 장면.

 

크리스마스도 너무 중요한 날이지만 1월 6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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